기술혁신은 어떻게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가

발전설비 사례로 살펴본 기술 발전과 사업기회

기술혁신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산업 현장에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시장과 사업의 요구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소재·부품·설계·제조기술이 발전하면서 제품과 시스템의 성능이 달라진다. 기술적 성과가 경제성과 신뢰성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필자가 발전설비의 설계와 엔지니어링 업무를 수행하면서 경험한 기술개발도 이러한 과정에 가까웠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 그 자체가 아니었다. 발전효율을 높이고 건설비와 운전비를 낮추며, 설비의 신뢰성과 수명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기술은 이러한 요구를 실제 제품과 시스템으로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가스터빈의 고온화, 석탄화력의 Subcritical에서 Supercritical(SC), Ultra-Supercritical(USC), Advanced Ultra-Supercritical(A-USC)로의 변화, 풍력터빈의 대형화도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태양광은 셀과 모듈의 효율 향상과 제조원가 절감이 중요했고, 연료전지는 스택의 효율뿐 아니라 가격과 수명, 시스템 신뢰성을 함께 개선해야 했다.

그러나 발전원마다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기술은 다르다. 따라서 기술의 변화를 이해하려면 단순히 최신 기술과 최고 성능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기술개발을 촉진했는지, 어떤 소재·부품·설계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발전설비 전체의 성능과 경제성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 글에서는 가스터빈, USC·A-USC, 해상풍력, 태양광과 연료전지 사례를 통해 발전설비의 기술 변화가 제품 경쟁력과 새로운 사업기회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본다.

1. 발전설비의 기술개발은 무엇이 이끄는가

발전설비의 기술개발 방향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발전사업자가 요구하는 발전효율, 건설비, 연료비, 운전·정비비, 설비수명, 신뢰성, 환경규제와 같은 조건이 기술개발의 중요한 동인이 된다.

전력 생산에는 원자력, 석탄화력, 가스복합화력, 풍력, 태양광, 연료전지 등 서로 다른 발전원이 사용된다. 각각의 설비구성과 운전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설비가격이나 정격출력만으로 경쟁력을 비교하기 어렵다.

발전설비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사용되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균등화발전비용(Levelized Cost of Energy, LCOE)이다. LCOE는 건설비와 운영비, 연료비, 발전량, 설비수명과 금융조건 등을 일정한 기준으로 환산해 단위 전력 생산비용을 비교하는 지표다. 다만 발전원의 급전 가능성, 출력 변동성, 계통에서의 역할, 연료가격 위험과 정책·환경비용까지 모두 설명하는 지표는 아니므로 발전원 간 경쟁력의 유일한 판단기준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NREL의 Annual Technology Baseline은 발전설비를 비교할 때 CAPEX, O&M 비용, 이용률과 LCOE 등을 주요 비용·성능 변수로 제시한다. 이는 기술의 가치를 개별 부품의 최고 성능보다 시스템 수준의 비용과 성능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발전설비의 기술 변화를 분석할 때는 세 요소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효율 향상, 발전단가 절감, 신뢰성 향상, 환경규제 대응과 같은 기술개발 동인이다. 둘째는 이러한 요구를 실제 설비에서 구현하는 고온 소재, 냉각, 연소, 블레이드, 베어링, 전력전자, 제어와 제조기술 같은 핵심 기반기술이다. 셋째는 기술이 제품과 시스템에 적용되면서 나타나는 출력, 효율, 이용률, 건설비, 운전·정비비, 수명과 발전단가의 변화다.

따라서 첨단기술을 평가할 때는 최고온도, 최대용량, 최고효율과 같은 하나의 숫자보다 그 기술이 어떤 경제적·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전체 시스템의 경쟁력을 얼마나 개선하는지를 봐야 한다.

2. 가스터빈의 고온화는 어떻게 효율 향상으로 이어졌는가

가스터빈의 성능 향상에서 중요한 기술적 방향 가운데 하나는 터빈 입구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고온화 자체가 기술개발의 목적은 아니다. 더 높은 출력과 효율을 확보하고, 복합화력에서는 가스터빈 배기가스의 에너지를 증기계통에서 다시 활용해 플랜트 전체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터빈 입구온도가 높아지면 1단 블레이드와 베인 등 고온부품이 더 높은 열부하와 기계적 응력을 받는다. 이에 따라 고온강도와 크리프 특성, 산화·부식 저항성이 중요한 설계조건이 된다.

이를 가능하게 한 핵심 기반기술에는 Ni계 초내열합금, 단결정 블레이드, 열차폐 코팅(Thermal Barrier Coating, TBC), 블레이드 내부 냉각과 필름 냉각 등이 있다. 이러한 소재·부품기술의 발전은 금속 자체의 허용온도보다 높은 가스온도에서 터빈을 운전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혔다.

그러나 고온 소재와 냉각기술만으로 가스터빈의 효율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블레이드 냉각에 사용하는 공기는 압축기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냉각공기량은 사이클 성능에 영향을 준다. 연소온도가 높아지면 NOx 배출을 억제하면서 연소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압축기 압력비와 효율, 터빈 공력성능, 연소기와 냉각손실도 전체 시스템 성능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가스터빈의 고온화는 고온 소재가 운전영역을 넓히고, 블레이드 냉각과 코팅이 부품의 내구성을 확보하며, 연소·압축기·공력설계가 시스템 수준에서 결합되어 출력과 효율 향상으로 이어진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소재의 성능과 가스터빈 전체의 성능을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 높은 온도를 견디는 소재가 개발됐더라도 냉각손실, 연소 안정성, 배출가스와 부품수명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스템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기술개발의 가치는 개별 기술의 최고 성능보다 소재와 부품의 성능을 시스템의 효율·신뢰성·경제성으로 얼마나 전환할 수 있는가에서 결정된다.

3. 보일러의 고온·고압화는 무엇이 가능하게 했는가

석탄화력 발전설비는 Subcritical에서 Supercritical(SC), Ultra-Supercritical(USC), Advanced Ultra-Supercritical(A-USC)로 증기조건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이 변화를 단순히 보일러의 고온·고압화라고 설명하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기술개발의 중요한 동인은 발전소 전체의 열효율을 높이고 동일한 전력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연료소비를 줄이는 것이었다. Rankine Cycle에서는 증기조건을 높이는 것이 사이클 효율을 개선하는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증기온도와 압력을 높이면 보일러 튜브와 헤더, 주증기배관, 밸브, 증기터빈 등 고온·고압 증기에 노출되는 부품의 사용조건이 가혹해진다. 이 때문에 증기조건의 향상을 실제 설비에서 가능하게 한 핵심 기반기술 가운데 하나가 고온 소재기술이다.

SC와 USC로 증기조건이 높아지면서 고Cr 페라이트계 내열강과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강 등 고온에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소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A-USC의 더 높은 온도영역에서는 Ni계 초내열합금의 적용이 중요한 기술과제가 됐다.

미국 DOE 산하 NETL의 A-USC 연구는 최대 약 760℃, 35MPa 수준의 증기조건을 대상으로 Ni계 합금의 적용 가능성을 평가했다. 연구대상은 소재 시험편에 머물지 않고 Haynes 282 대형 로터 단조품, 밸브 몸체 주조품, 증기터빈 노즐 캐리어 등 near-to-full-scale 부품의 제조성까지 포함한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새로운 소재가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소재를 사용해 실제 발전설비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대형 부품으로 단조·주조할 수 있어야 하고, 용접과 열처리, 비파괴검사, 장기 크리프 수명과 실제 운전조건에서의 신뢰성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Subcritical에서 SC, USC, A-USC로 이어지는 변화는 단순히 증기온도와 압력을 높인 과정이 아니다. 발전효율 향상이라는 시스템 차원의 요구가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고온 소재가 증기조건 상승의 기반을 제공했으며, 압력부품 설계와 대형 제조·용접·검사·수명평가기술이 이를 실제 설비로 구현해 온 과정이다.

여기에는 경제성이라는 또 하나의 조건이 존재한다. Ni계 초내열합금의 적용범위가 확대되면 소재와 제작비가 증가한다. 따라서 A-USC의 사업성은 최고 증기온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효율 향상으로 얻는 연료소비 절감과 환경적 편익이 추가적인 소재·제작비와 장기 신뢰성 확보 비용을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최고온도와 시장에서 경제성이 성립하는 운전조건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4. 해상풍력터빈은 왜 계속 대형화되어 왔는가

풍력터빈의 대형화는 첨단기술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진행된 현상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풍력발전의 경제성을 높이고 다른 발전원과 경쟁할 수 있는 발전단가를 확보해야 한다는 시장 요구가 있었다.

특히 해상풍력은 터빈뿐 아니라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해상변전설비, 설치선박과 항만 등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해상에서의 점검과 정비에도 육상보다 높은 비용이 발생한다.

터빈 한 기의 용량이 커지면 같은 발전단지 용량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터빈 수를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초구조물과 케이블 연결, 설치작업, 점검과 정비 대상 수를 줄일 여지가 생긴다. 로터 직경이 커지면 더 넓은 면적에서 풍력에너지를 포착할 수 있어 연간발전량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풍력터빈의 대형화는 가장 큰 터빈을 만들기 위한 기술경쟁이라기보다 발전량을 늘리고 Balance of Plant와 O&M 비용을 낮춰 발전단가를 개선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대형화에는 새로운 기술적 병목이 발생한다. 블레이드가 길어지면 질량과 굽힘하중, 변형과 피로 문제가 커진다. 블레이드 소재와 구조·공력설계가 함께 발전해야 하고, 발전기와 메인베어링, 드라이브트레인도 증가한 하중과 토크에 대응해야 한다. 타워와 하부구조물의 설계조건도 달라진다.

설계와 제작만으로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초대형 블레이드와 나셀을 생산하고 운송할 수 있는 공장과 물류체계가 필요하고, 항만의 적치면적과 지내력, 크레인 능력도 확보해야 한다. 해상에서는 대형 터빈을 설치할 수 있는 설치선박과 장비가 필요하다.

NREL의 해상풍력 대형화 연구가 강조하는 점도 이와 같다. 터빈 대형화는 일부 BOP와 O&M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추가적인 대형화에서는 기술 미성숙과 항만·설치선박·공급망에 필요한 투자가 비용절감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은 기술적으로 만들 수 있는 최대 터빈과 경제적으로 유리한 최적 터빈이 같은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터빈 용량 증가로 얻는 발전량과 터빈 수 감소의 편익보다 블레이드, 타워, 하부구조물, 항만과 설치선박 비용이 더 빠르게 증가한다면 추가적인 대형화의 경제적 효과는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해상풍력의 기술 변화는 터빈의 MW 숫자보다 대형화가 연간발전량, CAPEX, 설치비, O&M과 전체 LCOE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5. 태양광과 연료전지는 다른 방법으로 발전단가를 낮춘다

신재생에너지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여 있어도 발전설비의 기술개발 방향은 서로 다르다. 풍력터빈에서 대형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태양광과 연료전지는 다른 기술적 경로를 통해 경제성을 개선해 왔다.

태양광 발전설비에서는 셀의 변환효율과 모듈 출력 향상, 제조원가 절감이 중요한 기술개발 방향이다. 모듈 효율이 높아지면 동일한 발전용량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모듈 수와 설치면적을 줄일 수 있고, 이는 구조물, 배선과 설치노무 등 Balance of System(BOS) 비용에도 영향을 준다.

그러나 태양광의 경쟁력도 셀의 최고 변환효율 하나로 판단하기 어렵다. 모듈 가격과 출력, 실제 운전환경에서의 에너지 수율, 온도특성, 열화율과 수명, 인버터와 Tracker, 설치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험실에서 높은 변환효율을 기록한 셀이 반드시 가장 경제적인 발전설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량생산 수율과 제조원가, 장기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높은 셀 효율이 낮은 발전단가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연료전지는 또 다른 구조를 갖는다. 전극과 전해질, 촉매 등 셀 수준의 기술뿐 아니라 스택의 가격과 출력밀도, 열화와 운전수명, 열관리와 연료공급, 공기공급, 전력변환 등 Balance of Plant(BOP)의 성능과 비용이 전체 시스템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미국 DOE의 고정형 연료전지 기술목표도 전기효율 하나만 제시하지 않는다. 100kW~3MW급 천연가스 CHP·분산발전 시스템에 대해 전기효율과 함께 장비·설치비, 운전수명과 시스템 가용성을 목표로 제시한다. 이는 연료전지의 상용화가 최고효율 하나가 아니라 효율·가격·수명·신뢰성의 균형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풍력, 태양광과 연료전지는 모두 발전단가를 낮추고 시장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통된 요구를 받지만 이를 해결하는 핵심기술과 설비의 변화는 서로 다르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변화를 분석할 때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비용과 성능이 경쟁력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소재·부품·시스템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

6. 최고 성능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경쟁력이다

가스터빈, USC·A-USC, 해상풍력, 태양광과 연료전지는 서로 다른 설비지만 기술개발 과정에서는 공통된 구조를 찾을 수 있다. 발전설비의 기술개발은 시장이 요구하는 경쟁력과 이를 구현하는 핵심 기반기술 사이의 간격을 좁혀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가스터빈에서는 더 높은 효율과 출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온화가 필요했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소재와 냉각·연소기술이 발전했다. A-USC에서는 플랜트 효율 향상을 위해 증기조건을 높여야 했고, 고온 소재와 대형 부품 제조·용접기술이 핵심 과제가 됐다.

해상풍력에서는 발전단가를 낮추기 위한 대형화가 진행되면서 블레이드와 발전기뿐 아니라 항만과 설치선박까지 새로운 제약조건으로 등장했다. 태양광에서는 셀·모듈 성능과 제조원가, BOS와 장기 에너지 수율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 연료전지는 스택 성능뿐 아니라 가격과 수명, BOP가 사업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따라서 첨단기술을 평가할 때 최고온도, 최대 MW, 최고 셀 효율과 같은 단일 성능지표만을 비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기술이 실제 제품에 적용될 수 있는지, 장기간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제조와 공급망이 이를 지원할 수 있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시스템의 경제성을 개선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발전설비주요 기술개발 동인핵심 기반기술시스템 수준의 성과주요 사업화 과제
가스터빈출력·효율·연료비초내열합금, TBC, 냉각, 연소, 공력가스터빈·복합화력 효율 향상고온부품 수명, 배출가스, 정비비
USC·A-USC플랜트 열효율·연료소비고온재료, 압력부품, 용접·제조높은 증기조건과 사이클 효율소재비, 대형부품 제조, 장기 신뢰성
해상풍력발전량·LCOE·설치/O&M블레이드, 발전기, 베어링, 제어, 구조터빈 대형화와 단지 경제성항만, 설치선박, 공급망, 신뢰성
태양광LCOE·CAPEX·면적 효율셀, 모듈, 인버터, Tracker에너지 수율과 BOS 절감제조원가, 열화, 장기 신뢰성
연료전지효율·CAPEX·수명전극, 전해질, 촉매, 스택, BOP시스템 효율과 가동률스택가격, 열화, 수명, 연료비

7. 새로운 사업기회는 ‘다음 기술적 병목’에서 나타난다

발전설비의 기술 변화를 사업개발 관점에서 보면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의 기술적 병목이 해결되면 다른 부분이 새로운 병목으로 등장한다.

가스터빈에서 고온 소재의 성능이 향상되면 냉각과 코팅, 연소와 배출가스, 고온부품의 수명이 다음 과제가 된다. A-USC에서 Ni계 초내열합금이 높은 증기온도를 가능하게 하더라도 대형 단조·주조, 용접, 열처리와 비파괴검사, 장기 수명평가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제 발전설비에 적용하기 어렵다.

해상풍력에서도 블레이드와 발전기 기술이 발전해 더 큰 터빈을 설계할 수 있게 되면 하부구조물, 메인베어링, 항만, 설치선박과 해상 O&M이 새로운 제약조건으로 부상한다. 태양광에서는 셀·모듈 성능이 높아지면 제조원가와 에너지 수율, 인버터, Tracker와 설치·계통연계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 연료전지도 셀과 스택의 성능이 높아지면 시스템 가격, BOP, 열화와 수명이 상용화의 주요 과제로 남는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개발뿐 아니라 사업기회를 찾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먼저 시장이 무엇을 개선하도록 요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발전단가인지, 효율인지, 신뢰성인지, 환경규제 대응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다음으로 그 요구를 해결하지 못하게 하는 현재의 기술적 병목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한다. 소재인지, 핵심부품인지, 제조공정인지, 시스템 통합이나 공급망인지 구체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현재의 병목이 해결됐을 때 다음 병목이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면 그 소재를 가공하고 연결하고 검사하는 기술이 필요해진다. 제품이 대형화되면 제조뿐 아니라 운송과 설치 인프라가 필요해진다. 핵심부품의 효율이 높아지면 시스템의 다른 손실요인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진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기회는 반드시 완성품 시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소재, 핵심부품, 제조장비, 검사·진단, 설치, 유지보수와 시스템 최적화 등 새롭게 발생하는 병목 주변에서 전문기업의 사업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기술혁신을 사업의 관점에서 본다는 것은 미래에 어떤 기술이 가장 앞설지를 예측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장이 요구하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가로막는 현재의 병목과 그 병목이 해결된 이후 나타날 다음 병목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스터빈의 고온화, A-USC의 고온 소재, 해상풍력의 대형화, 태양광의 고효율화와 연료전지의 스택 성능 향상은 서로 다른 기술 변화다. 그러나 모두 기술적 성과가 소재와 부품에 머물지 않고 시스템의 성능과 경제성으로 연결되어야 시장에서 의미를 갖는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결국 좋은 기술을 찾는 것보다 어떤 기술이 시장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음 기술적 병목이 어디에서 나타날지를 파악하는 것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견하는 데 더 중요하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발견한 기술과 사업기회가 기업 내부에서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기술적 불확실성, 투자비, 실증의 어려움, 실패 위험과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가 기술사업화를 어떻게 제약하는지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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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및 출처

1. OECD/Eurostat (2018), Oslo Manual 2018: Guidelines for Collecting, Reporting and Using Dat1. U.S. Department of Energy, National Energy Technology Laboratory (NETL), Evaluating Ni-Based Alloys for A-USC Component Manufacturing and Use.

https://netl.doe.gov/projects/project-information.aspx?p=FWP-FEAA152

2.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 (NREL), Electricity Annual Technology Baseline (ATB).

https://atb.nrel.gov/electricity

3.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 (NREL), Cost of Wind Energy Review.

https://www.nrel.gov/docs/fy22osti/81209.pdf

4.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 (NREL), offshore wind turbine upscaling research.

https://www.nrel.gov/docs/fy25osti/92118.pdf

5.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 (NREL), Solar Research.

https://www.nrel.gov/solar

6. U.S. Department of Energy, Technical Targets for Stationary Fuel Cell Systems.

https://www.energy.gov/cmei/fuels/doe-technical-targets-fuel-cell-systems-stationary-combined-heat-and-power-app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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