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혁신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고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기존 제품의 성능과 원가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을 제품과 사업에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시장이 변하면 기존과 다른 제품과 서비스도 필요해진다.
필자는 발전설비의 설계와 엔지니어링 업무를 수행하면서 원가와 성능을 개선하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했다. Design to Cost, Redesign, Cost Optimization 등을 적용해 설계와 제품원가를 개선하는 업무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개선의 한계도 경험했다. 설계를 변경해 원가를 낮추고 제품의 성능을 개선해도 경쟁제품과 뚜렷한 차이를 만들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기술적으로 좋은 개선안도 고객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적용하기 어려웠다. 반대로 고객의 요구가 분명해도 기술과 비용의 제약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사업개발 업무에서도 같은 문제를 확인했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사업을 만들기 어려웠다. 고객이 왜 그런 요구를 하는지 확인해야 했다. 기술의 변화도 살펴야 했다. 경쟁기업과 시장의 변화도 함께 검토해야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혁신기회를 찾는 출발점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고객의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기술의 변화에서 찾을 수도 있다. 산업과 시장의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산업 현장에서 경험한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이 혁신기회를 어디에서 찾고, 이를 어떻게 사업기회로 연결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목차
1. 고객의 문제에서 찾는 혁신기회
고객은 제품 자체보다 제품을 사용해서 얻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발전회사는 발전설비의 효율과 출력만 보는 것이 아니다. 설비의 신뢰성, 가동률, 정비기간과 운영비도 중요하게 본다. 제조기업도 생산량과 품질뿐만 아니라 에너지 비용, 설비의 안정적인 운영과 생산중단 시간을 함께 고려한다.
따라서 기업 혁신의 출발점은 제품의 기능보다 고객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확인하는 데 있다.
고객이 성능개선을 요구했다면 성능을 얼마나 높일 것인가만 검토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왜 성능개선이 필요한지 확인해야 한다. 연료비를 줄이기 위한 것인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것인지, 설비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것인지에 따라 해결방법이 달라진다.
가스터빈을 예로 들 수 있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새로운 가스터빈이라는 제품 자체가 아니다. 발전효율과 출력, 안정적인 운전, 정비기간과 유지보수 비용이 중요하다. 따라서 고객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면 신규 설비 판매뿐만 아니라 성능개선, 설비개조, 부품과 유지보수 등으로 사업기회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고객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다르다. 고객이 제시한 요구사항은 이미 인식하고 있는 문제의 일부일 수 있다. 사업개발에서는 그 요구가 발생한 원인과 고객이 최종적으로 얻으려는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고객 문제를 분석할 때는 현재 상태와 원하는 결과의 차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 차이를 줄이는 과정에서 제품개선, 공정개선, 서비스 개선과 새로운 사업기회가 발생한다.
고객 문제 → 원인 확인 → 필요한 효과 → 해결방법 → 혁신기회
이 순서로 보면 고객의 요구를 단순한 제품 사양이 아니라 사업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2. 고객이 말하지 않은 요구의 발견
고객이 자신의 문제를 항상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제품과 업무방식을 기준으로 개선사항을 요구한다. 따라서 고객이 말한 요구와 실제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다를 수 있다.
발전설비 고객이 정비기간을 줄여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요구사항만 보면 정비작업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그러나 정비기간이 길어진 원인을 확인하면 다른 문제가 발견될 수 있다. 부품의 수명이 짧을 수 있다. 설비구조가 정비에 불리할 수도 있다. 예비품 공급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정비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원인이 달라지면 해결방법도 달라진다. 작업방법 개선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부품의 수명을 늘릴 수도 있다. 설비구조를 개선하거나 예비품 공급체계를 변경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하나의 정비기간 단축 요구에서 부품개선, 설비개조, 정비서비스와 공급체계 개선이라는 여러 사업기회가 나올 수 있다.
제조현장의 에너지 절감도 비슷하다. 특정 설비의 전력이나 연료 사용량만 줄이는 것이 항상 최선의 해결방법은 아니다. 증기와 열의 사용, 생산조건, 건조공정, 설비운전 방식까지 확인하면 에너지가 불필요하게 소비되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 개별 설비의 효율개선보다 공정 전체를 조정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따라서 고객의 잠재 요구를 찾기 위해서는 요구사항 자체보다 요구가 발생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의 말을 임의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운전자료, 비용, 고장과 정비 이력, 생산조건, 현장 작업방식 등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해 문제의 원인을 좁혀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직접 말하지 않은 요구도 실제 문제와 연결할 수 있다.
사업개발에서는 고객이 무엇을 요구했는지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왜 그것을 요구하는지, 실제로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표면적인 요구의 원인을 분석하면 고객이 아직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문제와 미충족 요구를 발견할 수 있고, 여기에서 기존 제품의 개선을 넘어 새로운 혁신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표면적 요구 → 원인 분석 → 잠재 문제 확인 → 미충족 요구 발견 → 새로운 해결방법
3. 기술과 산업의 변화에서 찾는 새로운 기회
혁신기회가 항상 고객의 요구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에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제품과 사업이 가능해지는 경우도 있다.
가스터빈의 성능 향상에는 고온부 소재, 냉각과 코팅 기술의 발전이 영향을 미쳤다. 보일러도 높은 온도와 압력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했다. 이러한 기술은 발전설비의 효율과 성능을 높이는 기반이 됐다.
풍력발전도 발전기, 블레이드, 타워, 기초구조물, 전력변환과 설치기술의 발전에 따라 대형화됐다. 해상풍력이 확대되면서 깊은 수심에 적용할 수 있는 부유식 해상풍력도 개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유체, 계류시스템, 해저케이블, 항만, 설치와 유지보수 등 관련 사업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산업과 시장의 변화도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환경규제와 에너지 정책이 바뀐다. 원료와 에너지 가격도 변한다. 고객의 투자기준도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제품의 경쟁력을 바꾸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요구한다.
Peter Drucker는 혁신기회를 예상하지 못한 변화, 불일치, 공정상의 필요, 산업과 시장구조의 변화, 인구구조 변화, 인식 변화, 새로운 지식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도 고객만 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기술의 발전과 산업·시장구조의 변화를 함께 확인해야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기술의 발전은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존에는 사업성이 낮았던 시장을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
풍력발전이 대표적이다. 풍력터빈이 대형화되면서 터빈 1기당 정격출력이 증가했고, 해상풍력단지의 설비 구성과 설치·운영 방식도 변화했다. 해상풍력에서는 터빈만 대형화되는 것이 아니다. 블레이드와 타워, 기초구조물, 해저케이블, 설치선박과 유지보수 방식도 함께 변한다. 하나의 제품 변화가 관련 산업의 기술과 공급망에 영향을 미친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또 다른 사례다. 수심이 깊은 해역에서는 고정식 구조물의 적용에 제약이 커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유체와 계류시스템을 사용하는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풍력터빈 기술만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부유체 제작, 계류, 해저케이블, 항만, 해상운송, 설치와 유지보수 기술이 함께 필요하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기술의 변화는 하나의 제품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새로운 부품과 설비, 서비스, 유지보수와 공급망에서도 사업기회가 발생한다. 사업개발에서는 핵심기술뿐만 아니라 기술 변화로 함께 달라지는 주변 시장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4.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사업기회
좋은 기술이 있다고 바로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고객이 그 가치에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설계와 엔지니어링 업무에서도 기술적 개선과 사업적 가치는 항상 일치하지 않았다. 원가를 낮추거나 성능을 높이는 설계가 가능하더라도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능과 신뢰성을 충족하지 못하면 적용하기 어려웠다. 반대로 기술적으로 큰 변화가 아니더라도 고객의 운영비나 정비비를 줄이고 설비의 안정적인 운전에 도움이 된다면 사업가치는 커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가스터빈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하자. 기술자의 관점에서는 효율 향상 자체가 중요한 성과이다. 그러나 사업에서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효율 향상이 연료 사용량과 운영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기존 설비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적용에 필요한 비용을 어느 기간에 회수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같은 기술도 적용방법에 따라 사업의 범위가 달라진다. 신규 설비에만 적용하면 새로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이 된다. 기존 설비에 적용할 수 있다면 성능개선이나 설비개조 사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 여기에 점검과 부품교체, 유지보수가 결합되면 서비스 사업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기술을 사업기회로 연결할 때는 기술 자체보다 고객에게 어떤 경제적·운영적 효과를 제공하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기술의 성능을 고객이 얻는 효과로 바꾸어 보는 과정이다.
설계와 엔지니어링 과정에서 얻은 기술도 같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원가절감, 소재 변경, 구조개선이나 성능향상 방법을 특정 제품의 개선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제품과 설비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면 새로운 시장을 찾을 수 있다.
결국 기술의 가능성과 시장의 필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사업기회가 만들어진다. 기술개발이 기술적 성과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고객이 얻는 가치와 적용 가능한 시장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5. 혁신기회를 실제 사업으로 만드는 조건
현장에서 발견한 혁신기회가 모두 사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사업성이 있다는 것은 다르다.
사업개발 과정에서도 기술적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중단되는 경우가 있었다. 고객의 관심은 있지만 투자비가 높을 수 있다. 시장은 있지만 기술의 신뢰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을 수 있다. 기술과 고객이 모두 존재해도 시장진입 시기가 맞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혁신기회를 발견한 다음에는 사업으로 추진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발전설비와 같은 산업에서는 실증이 특히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의 성능이 우수하더라도 실제 운전환경에서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인하지 못하면 고객이 적용을 결정하기 어렵다. 기술개발 단계부터 실증방법과 적용 가능한 고객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이유이다.
경제성도 중요하다. 성능을 높이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고객이 얻는 경제적 효과가 작다면 사업으로 연결하기 어렵다. 반대로 성능 개선의 폭이 크지 않더라도 연료비, 정비비, 운전비를 지속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사업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
시장진입 시점도 판단해야 한다. 기술이 너무 앞서면 시장이 형성될 때까지 추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 늦으면 경쟁기업이 주요 고객과 시장을 이미 확보했을 수 있다. 기술개발과 시장진입 시기를 별개의 문제로 보지 않아야 한다.
혁신기회를 사업으로 검토하는 5가지 기준
고객 수요 — 고객이 실제로 해결하려는 문제인가
기술 가능성 — 필요한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실증 가능성 — 실제 운전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가
경제성 — 고객과 기업 모두에게 경제적 효과가 있는가
시장성 — 시장성 — 특정 고객을 넘어 확대 가능한 시장이 있으며, 기존 제품이나 경쟁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가
이 다섯 가지는 각각 독립된 조건이 아니다. 기술이 우수해도 고객 수요가 부족하면 사업이 되기 어렵다. 고객 수요가 있어도 경제성이 낮으면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시장성이 높더라도 실증이 부족하면 초기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혁신기회를 평가할 때는 기술만 먼저 보고 시장을 나중에 검토하거나, 시장만 보고 필요한 기술을 뒤늦게 찾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고객 수요, 기술, 실증, 경제성, 시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사업개발은 아이디어를 많이 만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선별하고, 기술과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 실제 사업으로 만드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6. 혁신기회를 찾는 방법
산업 현장에서 혁신기회를 찾는 방법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고객의 문제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에서 시작할 수도 있으며, 산업과 시장의 변화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필자가 설계와 엔지니어링, 사업개발 업무를 수행하면서 경험한 과정을 정리하면 고객 문제의 확인, 기술 변화의 탐색, 산업·시장 변화의 확인, 기술과 시장의 연결, 사업화 가능성의 검증이라는 다섯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고객 문제·기술 변화·시장 변화 → 혁신기회 발견 → 고객가치 확인 → 기술과 시장의 연결 → 실증·경제성 검토 → 사업화
기업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찾고, 이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산업 현장에서 혁신기회를 찾을 때 필요한 질문은 세 가지다.
고객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가.
우리는 무엇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이를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만들 수 있는가.
이 세 가지가 연결될 때 아이디어는 실제 사업기회가 된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발견한 기회가 기술혁신, 제품혁신, 공정혁신과 시장혁신으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살펴본다.
참고문헌 및 출처
Drucker, P. F. (1985).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 Practice and Principles. Harper & Row.
Drucker, P. F. (2002). The Discipline of Innovation. Harvard Business Review.
Harvard Business Review – The Discipline of Innovation
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IRENA). Future of Wind: Deployment, Investment, Technology, Grid Integration and Socio-economic Aspects.
IRENA – Future of Wind
U.S. Department of Energy, WINDExchange. Offshore Wind Energy.
U.S. DOE – Offshore Wind Ener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