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핵분열의 원리부터 원자로 형식, 모듈 제작, 경제성과 사업성까지
핵심요약
SMR(Small Modular Reactor)은 특정 원자로 노형의 이름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모듈당 전기출력 300MWe 이하의 소형 원자로를 가리키는 범주다. 경수로형뿐 아니라 고온가스로, 소듐냉각고속로, 용융염로 등 여러 기술이 SMR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SMR을 대형 경수로의 단순 축소판이나 기존 원전을 일괄 대체하는 기술로 이해하면 시장과 기술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이 글은 ‘SMR이 유망하다’는 전망보다 원자력발전의 기본 원리에서 출발해 원자로 형식, SMR의 설계·제작 방식, 개발 과정, 경제성, 용도를 차례로 연결한다. 핵심 질문은 하나다. 작은 원자로가 왜 필요한가가 아니라, 규모의 경제에서 불리한 소형 원자로가 어떤 기술·제작·수요 조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이다.
Table of Contents
1. 원자력발전과 SMR의 위치
원자력발전은 핵분열에서 발생한 열로 증기를 만들고 터빈과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 기본 원리는 대형 원전과 SMR이 같다. 차이는 핵연료, 감속재와 냉각재, 노심과 압력경계의 구조, 안전계통, 출력 규모, 제작·건설 방식에 있다.
대형 원전은 1GW급 이상의 대규모 전력을 장기간 공급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의 APR1400은 1,400MW급 가압경수로(PWR)이며, CANDU 6 계열은 중수를 감속재와 냉각재로 사용하는 가압중수로(PHWR)다. SMR은 이와 별도의 단일 노형이 아니라 여러 원자로 기술을 더 작은 출력과 모듈형 사업모델로 구현하는 범주다.
SMR이란 무엇인가?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자로)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작은 출력을 갖도록 설계하고, 주요 기기를 모듈화해 제작·설치하는 원자로를 말한다.
| 정확한 구분 | APR1400은 ‘웨스팅하우스형’이라고 단순 표기하기보다 한국이 OPR1000 운전·설계 경험을 기반으로 개발한 1,400MW급 가압경수로라고 쓰는 편이 정확하다. 중수로의 대표 계열은 프라마톰이 아니라 캐나다에서 개발된 CANDU 계열이다. |
2. 핵분열에서 전력 생산까지의 원리
우라늄-235 원자핵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불안정해져 두 개의 핵분열 생성물로 갈라지면서 추가 중성자와 약 200MeV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대표적인 반응은 아래처럼 개념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실제 핵분열 생성물의 조합은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
²³⁵U + n → 핵분열 생성물 + 2~3n + 약 200 MeV
새로 나온 중성자가 다른 우라늄 원자핵의 핵분열을 일으키면 연쇄반응이 이어진다. 원자로는 제어봉과 붕소농도 등으로 반응도를 조절해 이 연쇄반응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핵분열 에너지는 대부분 열로 바뀌고, 냉각재가 노심의 열을 운반한다. 가압경수로에서는 고압의 1차 냉각수가 끓지 않은 상태로 증기발생기에 열을 전달하고, 2차측 물이 증기가 되어 터빈을 돌린다. 터빈을 지난 증기는 복수기에서 물로 돌아가 다시 순환한다.
원자로가 안정적으로 운전되려면 핵분열 반응의 세기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경수로에서는 물이 중성자의 속도를 낮추는 감속재 역할을 하며, 제어봉은 중성자를 흡수해 반응도를 조절한다. 정상운전 중에는 핵분열로 발생하는 열과 냉각계통이 제거하는 열이 균형을 이룬다. 원자로가 정지한 뒤에도 핵분열생성물의 방사성 붕괴 때문에 잔열이 남으므로, 정지 후 냉각능력은 원전 안전설계의 핵심이다.
경수로형 SMR의 안전 논리는 바로 이 잔열 제거 과정과 연결된다. 대형 원전은 펌프·비상전원·안전주입계통 등 다양한 능동설비를 사용해 냉각기능을 확보해 왔다. 많은 SMR 설계는 여기에 자연순환과 중력, 압력차를 이용하는 피동계통을 확대한다. 다만 피동안전은 ‘아무 설비도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다. 설계가 가정한 시간 동안 열을 제거할 수 있는 물의 재고량, 열교환 면적, 격납건물의 열 제거능력 등이 함께 검증돼야 한다.

그림 1. 일체형 경수로 SMR의 핵분열·냉각·증기발생·발전 과정 개념도
3. 원자로 형식과 기술적 차이
원자로는 ‘크기’와 ‘노형’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 PWR·PHWR·HTGR·SFR·MSR은 냉각재와 중성자 스펙트럼, 연료와 열 이용 방식이 다른 기술 분류이고, SMR은 이들 가운데 일부를 소형·모듈형으로 구현하는 배치·사업 개념이다.
원자로 형식을 이해할 때는 세 가지 축을 분리하면 쉽다. 첫째는 중성자의 속도를 낮추는 감속재, 둘째는 노심의 열을 운반하는 냉각재, 셋째는 핵연료와 계통구조다. 경수로는 일반 물을 감속재와 냉각재로 사용하고, 중수로는 중수를 사용한다. 고온가스로는 흑연으로 중성자를 감속하고 헬륨으로 열을 운반한다. 고속로는 중성자를 감속하지 않고 빠른 상태로 이용한다. 이 차이가 운전온도, 연료 이용, 안전계통, 재료기술과 활용 가능한 열의 온도를 결정한다.
따라서 ‘대형원전-중수로-SMR’을 같은 수준의 분류로 놓으면 정확하지 않다. 대형·소형은 주로 출력규모의 구분이고, 경수로·중수로·고온가스로·고속로는 원자로 기술의 구분이다. 예를 들어 SMR도 경수로형일 수 있고 고온가스로형일 수 있다. 이 구분을 먼저 해두면 이후 SMR 시장에서 서로 다른 설계의 경제성과 용도를 비교할 때 혼란을 줄일 수 있다.
| 형식 | 작동 원리·대표 예 | 장점 | 한계·과제 |
| 가압경수로(PWR) | 경수를 감속재·냉각재로 사용. 고압 1차계통의 열을 증기발생기로 전달. 예: APR1400 | 운전·규제·공급망 경험이 풍부, 높은 기술 성숙도 | 대형 설비와 복잡한 안전·보조계통, 장기 건설 프로젝트 |
| 가압중수로(PHWR) | 중수(D₂O)를 감속재·냉각재로 사용하고 압력관에 연료 배치. 예: CANDU 6 | 천연우라늄 활용 가능, 운전 중 연료교체 가능 | 중수 관리, 압력관 등 고유 설비·정비체계 필요 |
| 고온가스로(HTGR) | 헬륨 냉각, 흑연 감속, TRISO 계열 연료. 예: HTR-PM | 높은 출구온도, 산업열·수소 활용 잠재력 | 대형 상용경험과 공급망이 경수로보다 제한적 |
| 소듐냉각고속로(SFR) | 감속재 없이 고속중성자 이용, 액체소듐으로 냉각 | 높은 열전도성, 연료주기 활용 가능성 | 소듐의 화학적 반응성, 복잡한 운전·안전기술 |
| 용융염로(MSR) | 용융염을 냉각재 또는 연료매질로 활용하는 여러 설계 | 저압 운전·고온열 활용 가능성 | 재료·화학관리·인허가 및 상용경험 부족 |
| SMR | 위 기술 중 하나를 일반적으로 300MWe 이하, 모듈형·반복배치 방식으로 구현. 예: BWRX-300, i-SMR 등 | 초기 투자 분산, 단계 증설, 공장제작·반복생산 잠재력 | 규모의 경제 불리, FOAK 원가와 반복수요 아직 검증 중 |
4. SMR의 설계·제작 기술

그림 2. 경수로형 SMR 발전계통의 기본 구성
그림 설명 | 노심의 핵분열로 발생한 열은 고온·고압의 1차 냉각재를 통해 증기발생기로 전달된다. 증기발생기에서는 방사성 1차계통과 비방사성 2차계통이 직접 섞이지 않고 열만 전달되며, 2차측 물이 증기로 변해 터빈을 돌린다. 발전기는 터빈의 회전력을 전기로 바꾸고, 터빈을 지난 증기는 복수기에서 물로 응축된 뒤 급수펌프를 거쳐 다시 증기발생기로 순환한다. 별도의 냉각수 계통은 복수기의 열을 외부로 방출한다. 실제 SMR은 설계에 따라 계통과 기기의 배치가 다르며, 일부 일체형 경수로 SMR은 주요 1차계통 기기를 원자로용기 내부에 통합한다.
경수로형 SMR의 중요한 설계 방향은 일체화와 단순화다. 일부 설계는 증기발생기와 가압 기능 등 주요 1차계통 기기를 원자로용기 내부 또는 매우 가까운 위치에 통합해 대구경 배관을 줄인다. 이 방식은 계통을 단순화하고 특정 사고경로를 줄이는 데 유리하지만 모든 SMR이 같은 구조를 채택하는 것은 아니다.
제작기술 측면에서는 원자로용기와 증기발생기 같은 핵심 기기의 품질보증이 중요하다. 원전 기자재는 일반 산업설비보다 높은 재료 추적성, 용접·열처리·비파괴검사, 품질문서 관리가 요구된다. SMR이 공장제작을 확대한다고 해서 이 요구가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동일 설계를 여러 기 반복 생산하려면 원자로 모듈, 밸브, 펌프, 계측제어, 핵연료 등 공급망 전체가 일정한 품질과 생산속도를 맞춰야 한다.
건설 방식도 ‘공장에서 완성품을 만들어 현장에 놓는다’는 단순한 개념은 아니다.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공장에서 제작한 기기와 구조모듈을 운송한 뒤 현장에서 토목·배관·전기·계측·시운전 작업을 통합해야 한다. 모듈이 커질수록 현장작업은 줄어들 수 있지만 도로·항만의 운송제약과 대형 양중설비가 필요해질 수 있다. 따라서 최적의 모듈 크기는 제작성뿐 아니라 운송성과 현장 조립성까지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디지털 설계와 형상관리도 반복생산의 전제다. 첫 호기에서 발생한 설계변경이 후속 호기마다 다시 발생하면 표준화 효과가 사라진다. 반대로 설계를 안정화하고 동일한 기자재 사양과 작업절차를 반복 적용하면 설계시간, 조달기간, 작업오류를 줄일 수 있다. SMR의 제조업적 성격이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피동안전: 펌프와 외부전원 의존을 줄이고 자연순환, 중력, 압력차, 자연대류를 활용해 잔열을 제거한다.
-모듈화: 공장에서 표준화된 기기·모듈을 제작하고 현장 조립 비중을 높여 품질 편차와 공기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복수 모듈 배치: 한 부지에 여러 모듈을 순차 설치해 수요 증가에 맞춰 발전용량과 투자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
-설계 표준화: 같은 설계를 여러 부지에 반복 적용해야 학습효과와 공급망 양산효과가 커진다.
5. SMR의 개발 과정과 기술의 진화
소형 원자로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군함·잠수함 추진용과 연구로 등에서 소형 원자로 경험이 오래 축적돼 왔다. 오늘날의 SMR은 이러한 ‘작은 원자로’ 경험에 상업용 전력시장에 필요한 표준화·모듈화·피동안전·공장생산 개념을 결합한 것이다.
상업용 SMR 개발은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대형 원전 프로젝트의 막대한 초기투자와 장기 건설기간이 금융 부담으로 부각되면서, 더 작은 단위로 투자하고 표준설계를 반복하는 대안이 주목받았다. 2010년대에는 미국·영국·캐나다를 중심으로 규제기관의 사전설계검토와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됐고, 2020년대에는 설계개발에서 실제 인허가·부지·공급망 구축으로 경쟁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개발과정은 대체로 개념설계 → 기본·상세설계 → 안전해석 → 규제기관 설계검토·인허가 → 공급망 자격화 → 초도호기 제작·건설 → 시운전 → 반복호기 배치의 순서로 진행된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설계라고 해서 바로 사업화되는 것은 아니다. 설계가 규제요건을 충족하고, 실제 제작 가능한 도면과 사양으로 완성되며, 공급자가 품질보증 요건을 충족해야 비로소 건설 가능한 제품이 된다.
이 때문에 SMR의 ‘개발 완료’라는 표현도 단계별로 해석해야 한다. 개념설계 완료, 표준설계 승인, 건설허가, 초도호기 상업운전은 의미가 전혀 다르다. 1편에서는 기술의 성숙경로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고, 구체적인 국가별 상용화·발주 단계는 2편에서 별도로 다루는 것이 중복을 피하는 방법이다.
IAEA는 2012년부터 SMR 기술개발 현황을 정기적으로 정리해 왔고, 2024년 카탈로그에는 육상·해상 수냉각형, 고온가스로, 액체금속·고속로, 용융염로, 마이크로리액터까지 다양한 계열이 포함돼 있다. 현재의 경쟁은 ‘설계 아이디어가 많은 단계’에서 실제 인허가·제작·건설·반복배치가 가능한 설계를 가려내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 단계 | 기술·사업의 초점 |
| 초기 소형원자로 경험 | 해군 추진·연구용 등에서 소형 원자로 운전경험 축적 |
| 개념 확장 | 상업 전력용 소형화, 피동안전, 일체형 설계 개념 확대 |
| 모듈화 경쟁 | 공장 제작·현장 조립·복수 모듈 배치로 건설방식 혁신 시도 |
| 인허가·실증 | 설계승인, 부지별 허가, 초도호기 제작·건설로 기술성 검증 |
| 반복 상용화 | 동일 설계 반복발주를 통한 NOAK 원가와 공급망 경쟁력 검증 |
6. SMR이 주목받는 구조적 이유
SMR에 대한 관심은 특정 시점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에너지 가격, 탄소감축 정책, 전력수요, 대형 원전의 건설비와 공기, 공급망 상황에 따라 강도가 달라져 왔다.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와 전기화로 24시간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 수요가 커지면서 논의가 다시 확대된 측면이 있다.
SMR이 지속적으로 논의돼 온 또 다른 이유는 전력시장의 수요가 하나의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규모 국가전력망에는 대형 원전의 규모의 경제가 유리할 수 있지만, 전력망 규모가 작거나 수요가 단계적으로 증가하는 지역, 산업용 열이 동시에 필요한 지역에서는 다른 최적점이 존재할 수 있다. SMR은 이 틈새를 하나의 표준제품으로 묶어 시장화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가 자주 언급되지만 이를 SMR의 유일한 성장동력으로 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전력과 탄소감축을 동시에 요구하는 대표적 신규 수요처일 뿐이다. 산업단지의 증기, 화학·정유공정의 열, 수소 생산, 지역난방, 원격 광산 등도 오래전부터 검토돼 온 활용처다. 따라서 SMR의 시장성은 전력수요 증가 자체보다 ‘전기와 열을 어떤 조건으로, 어느 장소에서, 얼마나 오래 구매할 고객이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초기 자본부담: 대형 원전 한 기보다 작은 단위로 투자해 프로젝트 자금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
-전력망 적합성: 대형 원전 1기를 수용하기 어려운 중소규모 계통에서도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수요 추종형 증설: 복수 모듈을 순차적으로 추가해 전력수요 증가와 투자시점을 맞출 수 있다.
-비전력 시장: 산업열, 지역난방, 수소, 담수화 등 전기 외 열수요와 결합할 수 있다.
-기존 산업부지 활용: 일부 석탄발전 부지처럼 송전망·용수·산업 인프라가 있는 곳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러한 장점은 ‘가능성’이지 모든 프로젝트에서 자동으로 실현되는 효과가 아니다. 부지, 냉각, 규제, 지역수용성, 금융, 공급망이 맞지 않으면 소형화의 장점이 원가상승으로 상쇄될 수 있다.
7. 경제성과 사업성을 결정하는 조건
SMR 경제성의 핵심은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와 ‘반복생산의 경제(economies of series)’의 경쟁이다. 대형 원전은 출력이 커질수록 kW당 고정비를 낮출 수 있지만, SMR은 작은 출력 때문에 kW당 설비비가 높아질 위험이 있다. 대신 동일 설계를 공장에서 반복 제작하고 건설기간을 단축해 금융비용과 현장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SMR의 경제성 논리다.
경제성을 평가할 때는 발전소 가격과 발전단가를 구분해야 한다. 총사업비가 작아도 출력이 더 작으면 kW당 건설비는 높을 수 있다. 반대로 kW당 건설비가 다소 높더라도 건설기간이 짧아 건설 중 이자비용이 줄고, 첫 모듈이 먼저 상업운전을 시작해 현금이 유입되면 프로젝트 금융 측면의 부담은 달라진다. SMR이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총투자 위험의 분할’이다.
또한 LCOE만으로 열병합형 SMR을 평가하면 가치가 과소평가될 수 있다. 발전소가 전기와 공정증기를 동시에 판매하거나, 기존 석탄발전 부지의 송전망·용수·부지를 재사용한다면 프로젝트 전체의 경제성이 달라진다. 반대로 별도의 송전망과 냉각설비, 신규 부지를 모두 건설해야 한다면 소형화의 장점이 줄어든다.
가장 중요한 불확실성은 FOAK와 NOAK 사이의 원가 하락폭이다. 항공기나 가스터빈처럼 동일 제품을 반복 생산하면 학습곡선 효과가 발생하지만, 원전은 국가별 규제와 부지조건 때문에 설계변경이 잦을 수 있다. SMR이 제조업형 원가구조에 가까워지려면 충분한 주문잔고, 안정된 표준설계, 공급망의 전용 생산능력이 동시에 확보돼야 한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공장생산’이라는 장점이 오히려 낮은 가동률 때문에 비용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 판단요소 | SMR에 유리한 조건 | 불리한 조건 |
| CAPEX | 작은 단위 투자, 순차 증설, 공기 단축 | kW당 설비비 상승, 초도설계·공급망 비용 |
| 금융비용 | 짧은 공기와 조기 매출 발생 | 인허가·건설 지연, 높은 금리 |
| 반복생산 | 동일 설계 다수 발주와 공장 가동률 확보 | 소량·단발성 주문, 국가별 설계변경 |
| 수익원 | 전력+열+수소 등 복수 수익원 | 전력판매만으로 낮은 가격과 경쟁 |
| 부지 | 기존 송전·산업 인프라 활용 | 신규 부지·송전망·냉각 인프라 필요 |
| FOAK/NOAK | 후속호기 학습효과가 실제 발생 | 초도호기 비용이 반복호기까지 지속 |
| 독창적 판단 기준 | SMR 사업성은 ‘LCOE가 대형 원전보다 싼가’ 하나로 판단하기 어렵다. 투자규모, 공기, 금융비용, 열 판매, 부지 재활용, 반복발주까지 포함한 프로젝트 전체 현금흐름으로 봐야 한다. |
8. 활용 분야와 SMR의 적합 시장
SMR은 대형 원전과 같은 계통전력 시장에도 참여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출력과 열 활용성이 필요한 시장에서 차별화 가능성이 크다. 전력만 생산하는 설비로 평가하면 대형 원전과 직접 원가경쟁을 해야 하지만, 산업열이나 수소·담수화까지 결합하면 프로젝트의 가치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용도별로 요구되는 원자로 특성도 다르다. 데이터센터는 높은 전력품질과 24시간 공급능력이 중요하고, 산업열은 필요한 증기압력과 온도가 핵심이다. 수소 생산은 전기분해 방식과 고온열 이용 방식에 따라 필요한 열의 온도가 달라진다. 따라서 모든 SMR 설계가 모든 시장에 동일하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경수로형과 고온가스로형이 겨냥하는 시장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사업개발 단계에서는 ‘기술이 가능한가’보다 ‘수요처와 설비의 일정이 맞는가’가 더 현실적인 제약이 되기도 한다. 산업시설이나 데이터센터는 수년 내 전력이 필요할 수 있지만, 신규 원전은 부지선정과 인허가, 건설에 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장기 전력구매계약, 정부 보증, 규제 일정의 예측가능성이 SMR 사업성에 중요한 이유다.
결국 적합 시장은 세 가지 조건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대형 원전보다 작은 단위의 투자가 필요한가. 둘째, 전력 외 열이나 부지 재활용 같은 추가 가치가 있는가. 셋째, 동일 설계를 반복 배치할 충분한 수요가 있는가. 이 세 조건이 동시에 강할수록 SMR의 기술적 장점이 사업적 경쟁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활용 분야 | 적합성이 생기는 이유 | 검토할 조건 |
| 계통 전력 | 무탄소 상시전원, 단계 증설 | 전력가격·계통규모·금융조건 |
| 산업열·증기 | 전기 외 열 판매로 수익 다변화 | 필요온도·산업단지 거리·열수요 |
| 수소 생산 | 전력과 고온열 활용 가능 | 수소가격·전해기술·정책지원 |
| 데이터센터 | 24시간 전력수요와 무탄소 전원 요구 | SMR 준공시점과 데이터센터 일정의 일치 |
| 석탄부지 전환 | 송전망·부지·일부 인프라 활용 가능 | 부지·냉각·환경·인허가 적합성 |
| 원격 산업지역 | 작은 계통과 독립적 에너지 수요 | 연료·정비·인력·보안체계 |
요약 — SMR의 경쟁력은 적용 조건에서 결정된다
SMR의 본질은 단순한 ‘작은 원전’이 아니다. 핵분열이라는 동일한 물리원리를 사용하면서 설비를 소형화하고, 일부 설계는 1차계통을 통합하며, 피동안전과 모듈화를 통해 건설·운영 방식을 바꾸려는 원자력발전의 새로운 사업구조다.
그러나 소형화만으로 경제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 대형 원전이 가진 규모의 경제를 포기하는 대신 표준화·공장제작·반복발주·짧은 공기·작은 초기 투자·다목적 열 활용에서 얻는 편익이 더 커야 한다. 따라서 SMR의 미래는 기술의 우수성만이 아니라 동일 설계를 실제로 반복 제작하고, 적합한 수요처에 제때 공급하며, 금융 가능한 프로젝트로 만들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2편에서는 이 기준으로 현재 상용화 수준과 글로벌 발주 가능성을 살펴본다.
용어 해설
| 용어 | 뜻 |
| 핵분열(Nuclear Fission) | 무거운 원자핵이 중성자를 흡수한 뒤 둘 이상의 핵으로 갈라지며 에너지와 추가 중성자를 방출하는 반응. |
| 감속재(Moderator) | 중성자의 속도를 낮춰 열중성자로 핵분열이 잘 일어나도록 돕는 물질. 경수·중수·흑연 등이 사용됨. |
| 냉각재(Coolant) | 노심에서 발생한 열을 외부 계통으로 운반하는 유체. |
| PWR | Pressurized Water Reactor. 고압의 경수를 냉각재·감속재로 사용하는 가압경수로. |
| PHWR | Pressurized Heavy Water Reactor. 중수를 이용하는 가압중수로. CANDU가 대표적. |
| RPV | Reactor Pressure Vessel. 노심과 원자로 냉각재 압력경계를 수용하는 원자로압력용기. |
| 피동안전 | 외부전원·능동펌프 의존을 줄이고 중력·자연순환·압력차 등으로 안전기능을 수행하는 설계. |
| 모듈화 | 표준화된 설비·구조물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 조립 비중을 높이는 방식. |
| CAPEX | Capital Expenditure. 발전소 건설·설비에 투입되는 자본적 지출. |
| LCOE | 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생애주기 비용을 발전량 기준으로 환산한 균등화발전비용. |
| FOAK / NOAK | First-of-a-Kind / Nth-of-a-Kind. 초도호기와 반복건설 후속호기를 구분하는 표현. |
| NSSS | Nuclear Steam Supply System. 원자로와 증기발생계통 등 원자로계통의 핵심 설비 묶음. |
출처 및 참고자료
IAEA, Small Modular Reactors Catalogue 2024 — https://aris.iaea.org/publications/SMR_catalogue_2024.pdf
IAEA, Outlook for Small Modular Reactor Technology — https://www-pub.iaea.org/MTCD/publications/PDF/p15896-PAT-011_web.pdf
IAEA ARIS, CANDU SMR / Advanced Reactor Information System — https://aris.iaea.org/
한국수력원자력, APR1400 소개 — https://cms.khnp.co.kr/saeul/contents.do?key=1806
한국수력원자력, 원전사업 개요 — https://www.khnp.co.kr/eng/contents.do?key=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