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20년, 일·소득·건강을 어떻게 준비할까

퇴직 후 제2경력,소득,건강수명을 함께 설계하는 중장년 부부

그림1. 퇴직 후 제2경력,소득,건강수명을 함께 설계하는 중장년 부부

퇴직은 직장을 그만두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월급, 사람들과의 관계, 하루 일정, 사회적 역할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하지만 퇴직하면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한꺼번에 달라진다. 그래서 퇴직 후에는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지뿐 아니라 어떤 일을 할지, 건강을 어떻게 지킬지, 누구와 관계를 이어갈지까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현실적이다. 오래 사는 사람은 늘었지만 은퇴 후 생활비를 충분히 준비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65세 이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다만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생활비 때문일 수도 있고, 사회적 관계나 성취감, 전문성을 계속 활용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이 글은 ‘퇴직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보다 한 단계 더 현실적인 질문을 다룬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건강과 인간관계는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함께 살펴본다. 직장인뿐 아니라 자영업자, 전문직, 공무원, 교사, 기술자, 예술가처럼 경력의 형태가 다른 사람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핵심 메시지  
퇴직 준비는 연금만 계산하는 일이 아니다. 앞으로 할 일과 소득, 건강, 인간관계까지 함께 준비해야 한다.
한국과 OECD 평균의 고령화 속도 비교 그래프

그림 1. 한국의 OECD 평균의 고령화 속도 비교
춫처: OECD Pensions at a Glance 2025.

1. 한국에서 퇴직 후 준비가 더 중요한 이유

2025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0.3%다. 국가데이터처는 이 비중이 2036년 30%, 2050년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2023년 기준 65세의 기대여명은 21.5년으로, 60대 중반 이후에도 20년 이상을 살아갈 가능성이 보편적인 시대가 되었다.

수명이 늘었다고 해서 노후소득까지 함께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OECD에 따르면 한국 66세 이상 인구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전체 인구 평균의 68%로 OECD 평균 87%보다 낮다. 상대적 빈곤율은 약 40%로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65~69세 고용률은 2024년 57%로 OECD 평균 약 26%의 두 배를 넘는다.

그림 2. 한국은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활발하지만 노후소득의 취약성도 크다. 자료: OECD 2025.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도 같은 문제를 보여준다. 2023년 65세 이상 연금 수급률은 90.9%이지만 월평균 수급액은 69만5천 원이다.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4억6,594만 원이지만 자산과 매달 사용할 수 있는 현금흐름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집을 보유해도 생활비와 의료비를 충당할 소득이 부족할 수 있다.

한국 노후의 특징
집이나 다른 자산이 있어도 매달 쓸 수 있는 생활비가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퇴직 준비에서는 ‘얼마를 모았는가’뿐 아니라 ‘매달 얼마나 안정적인 소득이 들어오는가’도 중요하다.

2. 해외에서는 퇴직 후 일을 어떻게 이어가는가

해외에서도 퇴직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일을 완전히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정규직 근무를 마친 뒤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자문·강의·단기 프로젝트처럼 기존의 경력과 전문성을 활용하면서 일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국가마다 연금제도와 노동시장 환경이 달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퇴직 후의 일을 정규직 재취업 하나로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건강상태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미국: 정규직을 떠난 뒤에도 경험을 활용한다

미국에서는 정규직에서 퇴직한 뒤에도 자문, 단기 프로젝트, 강의, 멘토링, 비영리단체 활동, 파트타임 근무 등 다양한 형태로 일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과거의 직급이나 직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생활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필요한 곳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오랫동안 경영, 기술, 영업 등의 업무를 해 온 사람이라면 반드시 같은 직급으로 재취업할 필요는 없다. 자문이나 프로젝트 지원, 교육, 멘토링처럼 자신이 잘하는 일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갈 수도 있다.

영국: 일을 한꺼번에 그만두지 않고 단계적으로 줄인다

영국에서는 퇴직을 앞두고 근무시간이나 업무 책임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점진적 은퇴(Phased Retirement) 방식도 활용된다.

예를 들어 주 5일 근무를 주 3일이나 2일로 줄이거나, 관리 책임은 내려놓고 특정 업무만 담당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은 소득이 갑자기 줄어드는 부담을 완화할 수 있고, 직장을 통해 유지해 온 인간관계와 생활 리듬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변화에도 적응할 시간을 준다.

핵심은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은퇴하는 것’만이 퇴직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점이다.

독일: 오래 쌓은 기술과 경험을 다른 업무에 활용한다

독일처럼 숙련기술과 직업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노동시장에서는 오랫동안 쌓은 기술과 경험을 퇴직 이후에도 활용할 여지가 있다.

현장에서 직접 작업하던 기술자는 후배 교육, 품질관리, 안전관리, 기술지원 등의 업무로 옮길 수 있고, 관리 경험이 많은 사람은 프로젝트 관리나 자문 업무를 맡을 수 있다.

퇴직 후 전혀 새로운 직업을 처음부터 배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기존에 잘하던 일을 근무시간과 책임을 줄여 계속하는 방법이 더 현실적인 경우도 많다.

세 나라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점

미국·영국·독일의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퇴직을 ‘계속 일하거나 완전히 그만두는 것’이라는 두 가지 선택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퇴직 후에도 소득이 필요한 사람은 재취업이나 파트타임 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 오랫동안 쌓은 경험을 활용하고 싶은 사람은 자문, 강의, 프로젝트, 멘토링 등을 할 수 있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고 일을 줄이고 싶은 사람은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가족, 취미, 학습, 봉사 등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해외 사례에서 배울 점은 “퇴직 후에도 계속 일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소득, 건강, 경험과 원하는 생활방식에 맞춰 일의 형태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생각해 볼 질문  
회사 이름과 직함을 빼고도 ‘나는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3. 퇴직 후 허전함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대기업 임원이나 고위공직자는 직함과 영향력이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상실감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직장인도 매일 만나던 동료, 정해진 시간표, 급여,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동시에 잃는다. 자영업자는 오랫동안 운영한 가게나 사업을 정리하는 순간 고객·거래처·일상의 목적이 줄어든다. 전문직과 예술가도 체력, 시장 변화, 수요 감소 때문에 활동을 줄이면 비슷한 공백을 경험할 수 있다.

퇴직 후 허전함은 임원이나 고위직에게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직업은 소득뿐 아니라 하루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 소속감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퇴직 후에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생활 적응과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BMJ Open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사회적 관계를 유지한 사람들의 건강 결과가 상대적으로 좋게 나타났다. 다만 이런 연구는 ‘관계를 유지하면 반드시 건강해진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경력 유형 퇴직 후 달라지는 점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일반 직장인동료·시간표·월급의 동시 상실파트타임, 동종업계 프로젝트, 지역 활동
자영업자사업 종료와 고객·거래처 관계
 감소
경험 자문, 소규모 온라인 사업, 멘토링
전문직·기술직전문성 수요 감소 또는 체력
 한계
자문, 심사, 교육, 감리·검사
예술·창작직수입 변동과 창작 기회의 감소강의, 콘텐츠, 지역문화 활동, 협업
교사·금융인·공무원조직 역할과 사회적 인정의 감소교육, 상담, 공익활동, 전문 자문
기업 임원 직함·의사결정 권한·네트워크 
변화
이사회, 멘토링, 경영자문, 프로젝트

모든 사람이 퇴직 후 다시 직업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을 계속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봉사나 학습, 가족활동, 취미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경제상황과 건강, 생활방식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4. 퇴직 후 연금 하나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노동소득이 사라지는 시대가 곧 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실적인 변화는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받는 월급의 비중이 줄고, 연금·재취업·자문·사업·금융자산·부동산 등 여러 소득원을 조합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OECD는 한국 고령층 소득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절반으로, OECD 평균보다 매우 높다고 지적해 왔다. 이는 한국 시니어의 근로 의지가 강하다는 뜻도 있지만, 충분한 이전소득과 사적연금이 부족해 일을 계속해야 하는 현실도 함께 반영한다.

노후소득은 여러 원천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구분예시역할
연금 소득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기본 생활비 마련에 도움
근로 소득재취업·파트타임·자문·강의일하는 동안 계속 발생
사업 소득소규모 사업·프리랜서수입 변동 가능성이 큼
자산 소득예금이자·배당·임대수입 등자산규모와 사장상황에 영향
공적 지원금기초연금 등 자격요건에 따라 차이가 있음

소득원이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건강상태와 자산, 생활비, 위험부담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조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5. 몇 살까지 일할까? 나이보다 건강과 생활여건이 중요하다

“몇 살까지 일해야 하는가”에는 모든 사람에게 맞는 숫자가 없다. 생계 때문에 반드시 일해야 하는 사람과 충분한 자산이 있어도 성취감과 관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의 기준은 다르다. 70대와 80대에도 전문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60대에 건강 문제로 일을 줄여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지는 나이 하나로 결정할 수 없다. 건강상태, 필요한 생활비, 가족상황, 하고 싶은 일, 일하면서 얻는 만족감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생계형 활동에서 의미 있는 활동으로

상황주된 목적
생활비가 필요한 경우
안정적인 소득 확보재취업, 파트타임
경력을 계속 활용하고 싶은 경우경험과 전문성 활용자문, 강의, 프리랜서
일을 줄이고 싶은 경우소득과 여가의 균형주 2~3일 근무, 단기 프로젝트
경제적 필요가 크지 않은 경우관계·성취·사회참여봉사, 멘토링, 지역활동

매슬로의 욕구이론은 생계와 안전뿐 아니라 소속감, 존중, 자아실현도 인간에게 중요한 욕구라고 설명한다. 에릭슨은 노년기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중요하게 보았다. 이런 이론을 굳이 복잡하게 적용하지 않더라도, 퇴직 후의 삶이 생활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65세 이후에도 20년 이상의 시간이 남을 수 있다

65세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할 때 “이 나이에 무엇을 하겠어”,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자연스럽다. 65세 이후에도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새로운 일을 배우거나 작은 일을 시작하기에 반드시 늦었다고 볼 필요는 없다. 

그림 3. “더 오래 일할걸”이라는 후회는 드물지 않았다. Wharton 연구진의 50세 이상 미국인 조사 결과.

미국의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한 조사에서는 ‘더 오래 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응답도 나타났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더 오래 일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건강과 생활여건이 허락한다면 일을 완전히 끊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이어가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6. 퇴직 전, 앞으로의 일과 생활을 함께 점검해 보자

제2경력은 거창한 재취업만을 뜻하지 않는다. 정규직 재취업뿐 아니라 자문, 단기 프로젝트, 강의, 프리랜서, 봉사처럼 자신의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도 포함할 수 있다. 일반 직장인은 동종업계의 프로젝트나 파트타임으로, 자영업자는 창업 경험을 멘토링이나 컨설팅으로, 전문직은 자문·심사·교육으로, 예술가는 강의·창작·지역문화 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다.

퇴직 전  확인할 7가지

1. 현재 생활비 가운데 연금과 안정적인 소득으로 얼마까지 충당할 수 있는가?

2. 지금까지의 경험 중 앞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경력은 무엇인가?

3. 정규직이 아니라면 어떤 형태의 일을 하고 싶은가?

4.새로운 일을 위해 추가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5. 퇴직 후에도 정기적으로 만날 사람이나 참여할 모임이 있는가?

6. 현재 건강상태에서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어느 정도인가?

실행 원칙  
퇴직 직후부터 완벽한 새 직업을 찾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 단기 프로젝트, 자문, 강의, 파트타임이나 작은 규모의 사업부터 시작해 자신에게 맞는지 확인한 뒤 점차 넓혀가는 편이 안전하다

7. 마무리 — 퇴직 이후의 삶은 미리 준비할수록 선택지가 넓어진다

한국에서는 수명이 길어지고 퇴직 이후의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노후소득과 건강, 일자리 여건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퇴직 준비에는 정답이 하나 있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다시 취업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자문이나 강의, 작은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봉사나 취미, 가족과의 시간을 더 중요하게 선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노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득, 건강, 경험, 관계를 기준으로 앞으로의 생활방식을 정하는 것이다.

퇴직 준비는 ‘몇 살까지 일할 것인가’만 정하는 일이 아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매달 필요한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건강과 인간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함께 생각하는 과정이다.

출처 및 읽을거리

1. OECD, Pensions at a Glance 2025: Korea 원문보기
2.OECD, Old-age income poverty, Pensions at a Glance 2025원문보기
3.OECD, Pensions at a Glance 2025원문보기
4. Wharton Pension Research Council, Americans’ Biggest Retirement Regrets원문
5. BMJ Open, Social Group Memberships and Adjustment to Retirement원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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